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방미문제와 관련, 6일(한국시간)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한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측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그러나 황씨의 신변안전 보장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그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의회측과 이를 협의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황씨 방미 문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의 요청이 오면 그의 신변안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등에서 출석을 요청하고 있는 오는 20일 무렵까지 황씨의 미국 방문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황씨의 미국 방문 불허방침을 거듭 밝히는 것은 이번 방미 초청이 한.미 정부간 협의가 아니라 미 의회 일각에서만 요구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미 행정부의 '책임있는' 신변보장 약속이 있어야 황씨의 방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97년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의 미국 망명 당시 미국측이 한국측의 접근을 일정기간 차단한데 대한 우리 정부의 불만도 황씨의 방미 불허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 만일 황씨가 미 의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체제를 강도높게 비판할 경우 한반도 화해협력 정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서울=정태웅 기자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