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을 모델로 삼는 게 바람직하며 미국도 이러한 상황이 실현되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견해가 전 주한 미국 대사에 의해 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협회(Korea Society) 회장인 그레그 전 대사는 최근 발행된 한국협회지 2001년 여름호에서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에 이어 진지한 북미 협상 재개를 시사하고 있는 지금 많은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앞으로 10여년에 걸쳐 어떻게 되기를 희망하느냐가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 1989년 국민에게 처형된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처럼 '호랑이 등에서 내리면 잡아 먹힌다'는 한국 속담의 실례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여러 모로 공통점이 있는 카스트로 대통령을 본받는 일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1994년 북한 핵 위기가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으며 쿠바는 60-70년대 중남미에서 미국 최대의 적이었고 북한은 동북아에서 오랫동안 그러한 위치에 있었던 점을 양국의 공통점으로 들었다. 카스트로 대통령이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하지 않고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듯이 김 위원장도 '군 제일주의'를 내세워 집권 7년만에 군부와 관계를 공고히 했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난 것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레그 대사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무력 통일의 희망이 없음을 인식하고 미국은김 위원장을 실각시키려는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포기하는 등 "양측이 서로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김 위원장이 스스로를 '동북아의 카스트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레그 대사는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김 대통령의 '쉬운 것부터' 방식을 본떠 북한은 의미는 크지만 비용은 적은 상징적인 조치로 1968년 이래 북한에 억류돼 있는 푸에블로호를 귀환시키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