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들의 영해침범 사태에 이어,동.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단 통과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상선 대홍단호는 6일 오후 4시45분께 동해안 기점으로부터 150마일 동쪽지점의 NLL을 넘었으며, 청천강호는 7일 0시50분께 서해 백령도 서쪽 25마일 지점에서 NLL을 통과해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북한이 정전협정 체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하는 등 도발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은 정부와 군 당국이 국가안보를 확고하게 보장해야 하는 무한책임을 망각하고 북한 상선들의 `NLL 침범'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국방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북한 상선들의 이번 NLL 통과 문제에 대해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NLL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현실적으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분명히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NLL은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되지 않은 채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우방의 함정 및 항공기 초계활동의 북방한계를 규정, 양측의 충돌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선언한 선이다. 정전협정의 부속문서상 군사분계선은 서쪽으로는 `경기도와 황해도 경계선 끝점'(임진강 하구 교동도 인근)까지만 설정돼 있을 뿐이다. 더욱이 남북간에 입장차가 있는 곳은 서해 NLL이며, 동해상 NLL은 육상의 군사분계선(MDL)의 연장선의 성격이 강해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상선이 동해안에서 15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NLL을 통과한 것은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별다른 의미는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의 서해 NLL의 경우 북한은 공식으로는 `유엔사가 일방적으로 선언했을 뿐'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 사실상 NLL을 실질적인 경계선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 상선 청천강호가 이날 0시50분께 백령도 서쪽 25마일 지점에서 서해 NLL을 통과한 것은 지난 4일 오전 11시5분께 청진2호가 우리 해군의 핵심 군사작전구역인 서해 백령도 안쪽(동쪽)을 통해 NLL을 넘어간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우리 해군의 저지선이 백령도 서쪽 40마일이라는 점에서 굳이 지적하자면 NLL을 건드린 것이기는 하지만, 종전에도 늘상 북한 상선들이 출입하고 우리 영해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더욱이 `NLL 침범'은 현실적 의미에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적으로 넘어올 경우에 해당되지, 우리 해군 함정들의 강화된 근접감시를 받으며 북한 민간선박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넘어간 것을 `침범'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과잉해석이라는 것이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왜 청천강호를 우리 저지선인 백령도 서쪽 40마일까지 밀어부치지 못하고 25마일 선에서 통과를 허용했느냐'는 질문에 "군 함정이나 간첩모선 등이라면 완벽히 차단하겠지만, 종전에도 북한 상선들이 이용하는 해로로서 민간선박에 대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함께 6일과 7일 NLL을 넘은 대홍단호와 청천강호는 모두 우리 영해인 제주해협을 침범하지 않고 제주도 남쪽의 공해상을 항해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