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과 안기부 자금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민련 송석찬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정계 은퇴를 요구,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민련 송 의원은 "이회창 총재는 지난 1961년 8월 우리 역사상 최대의 언론말살 사건인 민족일보 사건의 담당 심판관으로서 악법의 칼날을 휘둘러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을 사형시켰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어 "언론 말살과 인권 탄압에 앞장선 이 총재가 과거 행적을 반성하지 않고 언론탄압 운운하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면서 "이 총재는 언론말살, 인권탄압, 총풍, 세풍, 안기부자금 횡령 등에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즉각 "김종필 명예총재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닥쳐라"하며 고성과 야유를 퍼부어 본회의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한나라당 윤두한 의원은 송 의원이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점을 의식, 질문을 마치고 내려오는 송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사쿠라가 판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자민련 의원의 발언인 만큼 당사자가 아니라며 정면 대응을 자제했지만 한 관계자는 "민족일보 사건이 억울한 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자의적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도 ''당론과는 상관 없는 개별 의원의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송 의원이 민주당에서 이적한 의원으로 이인제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 속기록 삭제와 윤리위 제소를 요구하는등 강경대응키로 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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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일보 사건이란 ]

1961년 군사혁명 재판소가 북한의 활동을 고무 동조했다는 혐의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을 사형에 처한게 민족일보 사건이다.

김정길 법무장관은 이날 본회의 답변에서 "피고인들의 범죄사실은 민족일보에 북한의 대남 통일전략을 고무하는 사설 등을 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