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는 부인 이희호 여사의 남다른 내조가 큰 몫을 했다.

이 여사는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자로서 지난 38년동안 김 대통령의 환희와 좌절로 점철된 정치역정을 함께 하면서 남모르는 땀과 눈물,가슴졸임과 좌절감 등 숱한 애환을 쌓아 왔다.

이 여사는 유복한 기독교 가정에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명문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문과,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유학후 YWCA 총무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한 신세대 엘리트 여성이었다.

이런 이 여사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부인과 사별한채 전세방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던 김 대통령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여사는 김 대통령의 신념과 멋에 이끌려 결혼했다.

3전4기만에 어렵사리 얻은 금배지를 5.16 쿠데타로 날리는 등 비운이 계속되던 남편이 재혼 이후 재선, 3선의원으로 성장하더니 마침내 71년 신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 거물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서도록 내조했다.

남편이 옥중에 있을 때는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지를 보냈다.

이 여사는 김 대통령의 95년 정계복귀 이후에는 측근들이 감히 진언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그때 그때 귀띔해 주었고, 영부인이 된 뒤에도 매일 저녁 조간 가판을 체크해 김 대통령에게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