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들간에 민생 챙기기 경쟁이 한창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충북 영동에서 손수 포도를 따며 농촌 봉사활동을 했다. 4일에는 태릉선수촌을 방문했고 이어 8일엔 납북자 가족과 오찬을 갖는다.

민주당 서영훈 대표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등포 시장에서 과일값을 직접 물어보는 ?열의?를 보였고 김포에서는 태풍에 쓰러진 벼세우기 작업에 동참했다.

5일 고아원과 양로원을 방문하고, 6일 전방부대,7일에는 서울 시내 경찰서와 소방서를 시찰한다.

민생속에 들어가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착각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의욕많던 386정치인들은 다 어디로 갔으며 불과 5개월 전에 ''희망의 정치''를 선보이겠다던 선량들은 무엇하고 있느냐는 비난만 가득하다.

이는 여야가 국회를 내팽개친채 ''장외투쟁'' ''법대로 대응''을 외치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표가 포도를 따고 벼를 일으켜 세웠지만 당장 추경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이달 안에 공공근로사업이 중단될 처지다.

결식하는 노인과 학생에 대한 급식지원에 차질이 생기고 인턴채용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생겨 겨우 일자리를 잡은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앉아야 할 상황이다.

경제 문제만큼은 확실히 풀어나가겠다고 외쳐댔던 여야는 산적한 경제 구조개혁 관련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미 상임위까지 통과했기 때문에 본회의만 열면 되는데도 정치인들은 선거비 실사 개입의혹 등 국민들의 관심밖에 있는 사안을 놓고 힘겨루기만 벌이고 있다.

여야 지도부들이 민생을 살핀답시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 지금 해야할 일인가.

''여론몰이용''이고 ''생색내기''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민생 현장 방문에는 발벗고 나서면서 정작 큰 민생은 챙기지 않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국민들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남국 정치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