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창화 정책위의장은 "여야 영수회담의 합의정신이 깨진 마당에 여야 정책협의회를 계속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갈했다.

한나라당은 24일 여야 정책협의회 참여를 거부하면서 이같은 이유를 내세웠다.

총선 결과 어느 당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민생을 처리하기로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합의했는데 이제 여당이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과반수를 확보하려 하고 있어 더이상 정책협의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자민련 이한동 총재의 총리지명과 DJP 공조복원은 "인위적 정계개편"이고 "이는 여당이 합의정신을 깬 것"이라는 격앙된 분위기가 한나라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틀전인 지난 22일까지만 하더라도 이회창 총재는 정책협의회를 계속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한동 총리 지명 소식에 대해 "국민기만"이라며 반대했던 이 총재는 "국민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것은 늦출게 아니고 빨리 시행하자는게 정책협의회이고 그 정신을 살려서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새 정국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한나라당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물론 인위적 정계개편에 반발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대화채널을 모두 중단했다면 한나라당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책협의회는 중단하면서도 인사청문회법에 대한 협상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협상대표인 최연희 의원과 당 정책위가 수차례 대책회의를 갖는 등 이 총리 지명자에 대한 "철저한 해부"를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대여공세를 위해 필요한 사안은 협상에 나서지만 민생을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이중논리에 다름 아니다.

정책협의회는 야당이 먼저 제안했던 것이고 그동안 중고자동차세 인하 등 몇가지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협의과정에서 "비판과 견제에 나서야할 야당이 정책협의에 나서는게 들러리를 서는 것 같다"는 비판이 야당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됐고 이번에 총리지명을 기화로 겉으로 표출된 듯하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위기감 속에서 소문만이 무성하고 민생현안은 미해결인 채로 남아있다.

정치권의 대책마련이 급박한 시점이다.

민생을 다루는게 "들러리"를 서는 것이라면 정치권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16대 국회에서도 일하는 국회를 기대하기는 틀렸다.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