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박태준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김 총리의 조세회피에 대한 들끓는 여론의 부담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김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박 총리 문제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박 총리의 사의표명을 즉각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김 대통령은 박 총리의 사표수리 여부를 주말에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18일 저녁까지만 해도 박 총리의 조기사퇴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명의신탁 문제 외에 지난 93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 의혹이 재차 제기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최재욱 국무조정실장과 조영장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은 18일 총리공관으로 찾아가 "빠른 시일안에 대통령을 만나 거취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건의했고 박 총리도 동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전 7시30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저에서 김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박 총리의 사표제출과 조기 수리쪽으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40분 가량 진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같은 김 대통령의 뜻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9시20분께 박 총리가 김 대통령을 전격 방문했다.

박 총리는 15분 가량 부동산 파문의 전말을 설명했으며 특히 김 대통령에게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은 지난 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 하에서 자신에게 씌워졌던 혐의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일 기자 kbi@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