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민주당 선거 상황실.

초경합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의 등락이 시시각각 바뀔때마다 민주당 선거관계자들의 박수와 한숨이 교차했다.

새벽 두시께 대형 TV모니터에 한 지역구의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결국 안되는구나"라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TV를 통해 경북 봉화 울진의 민주당 김중권 후보가 한나라당 김광원 후보에 24표차로 낙선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한나라당은 "이겼다"고 환호했다.

한나라당 김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환호는 울산북구의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가 민주노동당 최용규 후보와 몇십표차의 시소게임에서 승리할 때도 터져나왔다.

비슷한 상황에서 나온 정반대의 표정.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환호 가운데 유독 이 장면에서 눈길이 머무는 이유는 시간이 가도 해결은 커녕,깊어만가는 지역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결과 영남권에서 의석을 건진 정당은 한나라당이 유일하다.

호남의 상황도 다를 게 없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 민주당 무소속후보에 네석을 얻었을 뿐 다른 당에 돌아간 의석은 한석도 없다.

이번 선거는 영호남이 서로간에 공략이 불가능한 땅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선거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호남에서 공천을 잘못해 선거를 망쳤다"고 흥분했다.

일종의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1당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텃밭에서 의석을 잃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식이다.

한 당직자는 부산지역 싹쓸이가 결정되자 공개적인 자리에서 "박수를 보내자"고 까지 했다.

이미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냉소적인 표현이다.

각당은 기회있을 때마다 지역감정 해소를 역설한다.

그러면서 지역감정을 선거때마다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제는 정말로 솔직할 때다.

지역감정문제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매번 선거때마다 각당 지도부는 각기 상대당 텃밭에 가서 표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텃밭은 사수하겠다고 온통 난리다.

이런 이중적 자세가 고쳐지지 않는한 지역분할구도는 먼 달나라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정치권이 얘기 자체를 입에 담지않는 게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