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현대그룹의 대북인맥이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현대측은 10일 이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북한측 특사로 박 장관을 상대했던 북한의 송호경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금강산사업 등에서 현대의 대북창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장관과 송 부위원장의 접촉과정및 일정 장소 등과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정몽헌 회장, 이익치 증권회장 등 현대 인사들의 최근 행적을 종합해 보면 막후 역할설은 설득력을 더한다.

박 장관은 지난 3월15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극비리에 대북특사 임무를 부여받아 3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 북한당국과 첫 비밀접촉을 가졌다.

이날은 인사파동에 휩싸여 있던 이익치 회장이 느닷없이 상하이로 전격 출국했던 날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인사파동 때문에 상하이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문목적은 사실 남북문제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상하이에 체류중 북한의 주요 인사를 접촉한 사실도 확인해 줬다.

이 과정에는 북한 고위층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요시다 다케시라는 재일동포 로비스트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서울에서 베이징으로 간 직후 미국 LA에서 머물던 정몽헌 회장도 상하이로 건너가 이 회장 일행과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상하이 숙소였던 그랜드 하얏트호텔에 룸 6개를 예약해놓고 정 회장의 합류를 대기중이었다.

정 회장은 이어 이 회장과 함께 베이징으로 들어가 3월 29일에 송부위원장과 3자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 역시 요시다가 주선했으며 여기서 북한 SOC 지원사업에 대한 한국측 지원방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 4월4일에는 김대통령의 사돈인 윤경빈 광복회 회장이 베이징에 들어왔다.

김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의 대북라인으로 잘 알려진 윤 회장은 김 대통령의 의중을 북한측에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추측이다.

박 장관이 베이징에서 송 부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 냈던 4월8일 정몽헌 회장의 행적도 관심사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일본 도쿄로 가서 10일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다고 현대측은 밝히고 있지만 이 기간중에 베이징을 방문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더욱이 이익치 회장도 7일 도쿄에서 서울로 귀국한 뒤 곧바로 베이징으로 출국했다가 9일 오후 귀국했다.

이 사이 베이징에서 송 부위원장과 모종의 막판협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베이징 외교가에는 8일 박 장관과 송 부위원장의 회동에 정 회장과 이 회장도 참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편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급작스런 방일은 북한 SOC 건설과 관련, 일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가 북.일수교협상과 관련, 일본이 북한에 지급할 배상금이 북한 SOC 투자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일본 정.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사업참여를 타진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