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국빈방문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10일 새벽(한국시간)베를린에서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 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대학교수와 학생등 9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독일통일의 교훈과 한반도"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정부당국간 협력 <>통일보다는 냉전종식과 평화정착 <>이산가족문제
해결 <>남북한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등 4개항을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발표하기에 앞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통해 이를 북한측에 통보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북한당국이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대통령은 베를린연설에서 "지금까지 남북한간에는 정경분리원칙에
의한 민간경협이 이루어졌으나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선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부당국에 의한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 협정 등
민간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북한이 겪고있는 식량난은 단순한 식량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비료 농기구개량 관개시설 개선 등
근본적인 농업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같은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안정된 투자환경조성,그리고
농업구조 개혁은 민간경협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부당국간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당국간 대화 등 현안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북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북한은 우리의 특사교환제의를
수락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98년 2월 취임식에서 지난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을 위해 특사교환을 제의했었다.

이밖에 김 대통령은 "노령으로 계속 세상을 뜨고 있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북한은 무엇보다도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문제해결에 적극 응할 것"을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당국자만이 해결할수
있다고 확신하며 앞으로도 이와같은 정책을 성의와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요한네스 라우 독일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교류협력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베를린=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