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후 3김시대"다.

지난달 26일 김영삼 전대통령이 정치활동재개를 선언한 이후 정치권은 물론
일반인의 입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 표현의 진원지는 3김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는 한나라당이다.

안택수 대변인이 비난조로 처음 사용했다.

문제는 이 말이 잘못된 표현이란 점이다.

"후"란 이전과 형국만 비슷할뿐 그 실체가 다를때 사용된다.

예컨대 우리 역사에서 "후 3국" 시대란 신라 백제 고구려에 이은 또다른
3국간 구도를 일컫고 있다.

권력다툼의 주체도 3국의 정통성을 이어 받은 왕족 출신이 아니라 왕건
궁예 견훤등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현 정치상황은 "재 3김시대"가 오히려 적확한 표현이다.

"후 3김"이면 어떻고 "재 3김"이면 어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이 말을 짚고 넘어가는데는 진정한 "후 3김시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서다.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같은 인물들간 권력투쟁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새 주체간 3각 구도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3김 정치의 재현으로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잘못된 풍토가
되살아 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0년대 민주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3김 간에 펼친 권력다툼에 분노를
터뜨렸다.

게다가 3김이 지역기반을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전개, 지역감정은 이제
여간해서 풀 수 없는 난제로 고착됐다.

따라서 국민들은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차례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3김
시대의 자연스런 청산과 함께 지역감정도 풀려나갈 것으로 기대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최근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한때 잠잠했던 PK(부산 경남) 정서가 어떻고 TK(대구 경북)는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과거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역정당론은 장기적으로는 분명 독재정권보다 더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우리는 이를 충분히 경험했다.

현 정치판은 3김 정치의 도래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기 위한 준비는 커녕
10여년 전으로 완전히 후퇴한 형국이다.

우리 정치 수준을 지금 당장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간의 정책 대결로 끌어 올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무리한(?) 기대를 하는 국민도 없다.

다만 21세기에 걸맞은 정치 풍토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한
"후 3김"시대가 빨리 왔으면 하는 것이다.

< 김영규 정치부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