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인 이른바 "세풍"과 관련해 검찰이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긴급 체포한 것과 관련, 여야가 13일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여당은 "세풍사건은 엄정하게 법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당 지도부 개편 이후 야당에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은 이번 검찰의 조치가 "야당파괴"및 "이회창 죽이기"
공작의 일환이라며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도 국정조사등을 통해 다루자며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돼 있던 상임위 일정은 농림해양수산위의 공청회를
제외하고 모두 취소됐다.

여야간에 냉각 기류가 형성되면서 추경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 정치개혁
입법 등의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으며 정국경색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는 특검제와 내각제 문제 등으로 꼬여있는 정국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면돌파"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난 12일 당 지도부 개편에서 당내 실세를 전진 배치한데 이어
13일에는 "강성"인 박상천 의원을 총무로 선출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끌려다니던 모습에서 탈피,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강경 기류는 야당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체포하는 등 "세풍"수사를 강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국민회의는 한나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풍"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특히 정치와 민생문제는 분리해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추경안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이 정쟁의 희생물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을 부추겨
한나라당을 국회로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한화갑 사무총장이 이날 "야당도 이제 세풍수사는 사법 당국에 맡기고 국정
운영에 정상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국민회의는 또 자민련과의 공조는 강화하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당 3역회의 등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내각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조기에 매듭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정면돌파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야당이나 자민련의 요구를
단계적으로 수용해왔지만 경색정국은 풀리지 않고 있으며 민심이반 현상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김남국 기자 nkkim@ >

한나라당은 "세풍사건"과 관련, 김태원 전 재정국장이 구속된데 대해 13일
"야당파괴공작"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날부터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한데 이어 DJ대선자금에 대한 특검제 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등 "맞불작전"에도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회창 총재 주재로 주요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여권을 강력히 성토했다.

안택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존립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기회만
닿으면 야당총재를 죽이려는 여당과는 국정을 논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여당의 정면돌파에 대해 우리도 정면 대응하지 않을수 없으며 여야간
"전쟁"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 정국대치가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총재는 의원총회에서 "대선자금을 조사하겠다면 얼마든지 응할 용의가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똑같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선자금도 "정권의 도구화된 검찰이 아닌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통해
밝히자"고 요구, 김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공세를 펼쳤다.

정형근 의원은 "임창열 경기지사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1억1천5백만원의 불법선거자금을 조성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가 존립기반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여기다 이신범 의원의 인신구속및 재판에 계류중인 의원들에 대한 중형처벌
등으로 "야당 흔들기"및 "야당의원 빼가기"공작마저 재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강경투쟁이라는 "수세적 공세"로 생존을 모색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정가에선 내다보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