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 의혹이 여권 내부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치맛바람 정국이 청와대와 국민회의간 묘한 갈등 기류를 형성하며 권력다툼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른바 동교동계(구주류)를 축으로 한 국민회의 진영이 사태 악화를 "청와대
책임론"으로 몰고가서이다.

"비서실장등 청와대 신주류측이 김태정 법무장관을 과잉 옹호에 나서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는게 그 요지다.

이런 갈등은 국민회의가 지난달 28일 이 사건과 관련, 대 국민사과를 낸 후
가시화 됐다.

"김 장관을 옹호한 쪽은 청와대인데 고개는 우리가 숙였다"는 불만이 당내
에서 일제히 터져 나왔다.

청와대측은 옷 로비 사건이 확대 조짐을 보이자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핫라인을 통해 외유중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상황보고를 할뿐 가시적인 맞대응
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 일각에서는 김 법무장관의 자진 사퇴는 물론 차제에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 나오고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열세에 몰렸던 구주류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결국 여권내부가 치맛바람이 휘둘리면서 대립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다.

김 법무장관이 신임장관에 임명된 그날 옷로비 사건이 터진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성 루머까지 나돌고있다.

사실 권노갑 고문 한화갑 총재특보 김옥두 지방자치위원장등 동교동계 실세
들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전부터 "모든 임명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선언
하는등 자발적으로 몸을 낮춰왔다.

그런데 그 공백을 청와대 김중권 비서실장 김정길 정무수석등이 "무임승차"
했다는게 동교동계의 생각이다.

청와대 신주류측이 그 세를 확대하는 동안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온
동교동계는 이른바 음지에서 칩거했다는 억울한 심정을 안고있다.

여기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동교동계와 대통령간 의사 통로를 인위적으로
차단, 불만을 더 한층 증폭 시켰다는게 동교동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전당대회 연기설 내각제 연기설등을 둘러싸고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이
김 정무수석을 강하게 몰아 부치는등 불편한 관계를 노출한 것도 이런 기류의
반영인 셈이다.

국민회의 측의 불만은 지난 5.24 개각에서 노골적으로 터져 나왔다.

개각 과정에서 당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게 구주류측의 분석이다.

법무장관의 경우도 국민회의측은 다른 사람(신건 국정원 2차장)을 민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교체된 3인의 청와대 수석 비서관직은 당과 일면식도 없는 인물들이
차지했다.

이기호 경제수석은 노동부장관,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은 군장성, 박준영
공보수석은 청와대 언론비서관에서 승진한 케이스다.

이 과정에서 동교동계는 공보수석직에 배기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을
적극 밀었다.

80년대부터 동교동에서 한 솥밥을 먹은 배 사장이 이 자리를 물러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역활을 대신 해주리라는 기대해서였다.

동교동측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발표되는 25일 오전까지도 배 사장의
선임을 적극 주장했으나 김 비서실장과의 파워게임에서 패배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도 김 실장이 이번 개각을 통해 수석비서관 진영을 실무형으로 대폭
교체,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고 자체 분석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옷사건이 터지자 국민회의측이 며칠 관망하다 "성역없는
수사"를 주장하며 그 방향을 선회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국민회의측은 현재 김 법무장관의 퇴임은 "대통령에 누를 끼쳤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친김에 청와대 신주류와의 파워 게임도 해야한다는 견해가 강하다.

동교동측은 특히 내년 4.3총선을 앞두고 각 계파간은 물론 젊은 층 수혈
바람과 공천경쟁을 해야하는 지금 세 확대가 불가피 하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서 구주류의 손을 들어줄 경우 권력 중심부
로 이동하려는 동교동계의 행보는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