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 임명동의안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는 한나라당의 의지는 여권의
적극적인 설득공세에도 불구,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동안 표결방식을 숙의한 한나라당 원내총무단은 백지투표나
기권으로 부결시키는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백지투표나 기권이 결코 국회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이에따라 2일 본회의에 앞서 열릴 의원총회에서 <>명패는
명패함에 넣되 투표용지는 받더라도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백지로 투표함
에 넣거나 <>명패만 명패함에 넣고 투표지는 내지않는 두 방안중 한쪽, 또는
병행하는 것으로 행동지침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총무단이 지난 주말 김수한 국회의장이 표결방식과 관련, "백지투표나
기권은 안된다"고 밝힌데 대해 "사견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도 한나라당이
선택할 카드를 시사해 준다.

한나라당은 지난 88년12월 당시 강영훈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때를 사례로
꼽으며 백지투표도 적법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그때는 동의안이 가결되긴 했으나 당시 김대중총재의 평민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의원들이 백지투표를 했으며 모두 유효표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당지도부와 총무단은 그러나 여당측이 백지투표나 기권을 물리력을 동원해
원천봉쇄할 경우 맞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투표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즉각 본회의장을 빠져 나와 자동 유회시킨다는
방침이다.

당지도부는 현재로서는 의원들의 완전 자유의사에 맡기는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은 "도박"이라며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여론이 한층 더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JP반대당론 결정이전에는 인준찬성파가 10여명에 달했으나 당론결정이후엔
찬성파가 5명 이내로 줄었다"는 한 고위당직자의 말은 무기명 비밀투표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