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경제위기에 가위 눌려 표류하던 표심이
마지막 선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법정 선거기간중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에 묶여 표의 향방을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힘들다.

각 후보진영마다, 여론조사기관들마다 서로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어
여론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자당후보가 현재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신당측도 근소한 표차로 2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역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는 오차범위내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고 흘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는
홍보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하는 점을 감안할 때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단순지지도에서는 김후보에 비해 다소 뒤지지만
부동층의 호감도, 연령별 투표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예상지지도에서는
이후보가 오히려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김후보가 "선두 독주"라는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일각에서는 그러나 한나라당 이후보측의 "지역감정 자극"이 먹혀 들어갈
경우 낙관만은 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박찬종 선대위의장의 합류 이후 이인제후보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재자 투표의 출구 여론조사결과 이후보가 60%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는
얘기도 흘린다.

각당이 막판까지 "지지표 지키기"보다는 상대후보 깎아내리기와 신뢰도에
의문이 가는 여론조사결과를 선전하고 있는 상황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는 각후보의 출신 지역별로 확실한 표흐름이 있었고
투표일 3~4일전의 지지율이 거의 거대로 득표율로 이어졌으나 이번에는 영남
출신후보가 없는데다가 이 지역에서 이회창 이인제후보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점이 끝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하는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여권후보의 표밭이었던 영남지역에서 선거
종반에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난 점도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을 하루 앞둔 전반적인 추이를 종합하면 "1백m 경주에서
한나라당 이후보가 막판 스퍼트에 힘을 넣고 있으나 김후보의 가속력도
만만찮은 정도"라는 말로 판세를 압축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김후보가 서울과 경기, 호남권에서, 이회창후보는 강원,
대구.경북, 경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충청권에서는 김후보가 약간 앞서
가는 가운데 이회창 이인제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후보가 서울에서도 백중세로 올라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인제후보측은 부산에서는 우세로 돌아섰고 경기.인천과 충청권, 경남에서
백중세라고 얘기하고 있다.

75% 전후로 예상되는 투표율이 후보별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경우 김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후보 지지자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는 타당 후보들의 지지자들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젊은층 지지도가 높은 이인제후보는 투표율이 낮을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