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국민회의 김대중 국민신당 이인제후보는 26일 밤 제15대
대통령선거전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열린 "3당 대통령후보 초청 합동토론회"
에 참석, 정치 경제 민생현안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의견제시와 반론제기가 가능한 상호토론 형식으로
진행돼 후보자들의 국정운영능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토론의 화두는 단연 경제위기와 관련된 문제였고 3당 후보들은 이구동성
으로 금융실명제 금융개혁 산업구조조정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인제후보는 무기명 장기채권을 발행, 지하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양성화해
흑자 도산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회창
후보는 무기명 장기채권 이외에도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창업자금에 대한
자금출처조사 면제를 요구했다.

김대중후보는 "금융실명제가 예금비밀도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주는 등 역기능만 수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비상상태임을 감안,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기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금융실명제
를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개혁에 대해서는 3당 후보가 모두 그 시급성에 공감을 표했으나 은행
보험 증권 등 3개 감독기구의 통합문제와 관련,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기존의 당론을 고수하는 등 이견을 보였다.

이후보는 금융산업을 합리화하기 위한 전제로 금융개혁법안의 일괄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김후보는 정부의 장악권을 더욱 강화시키는 등
관치금융이라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인제후보는 이와관련,"IMF의 지원을 계기로 단호한 자세로 과감하게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못하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경제문제에 대한 후보자간 시각차는 경제파탄의 책임론으로 비화,
후보자들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이인제후보와 김대중후보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가 관치경제와 정경유착
으로 기아사태 한보사태 등 현안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사태를 더욱 악화
시켰다"며 "현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즐비한 한나라당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이회창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이회창후보는 이에대해 "여당과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에 책임이 있다"
며 이를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3당 대선후보들은 각자의 청사진과 포부를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했다.

이회창후보는 국민대통합과 국가대혁신을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직하고 깨끗한 지도자론, 김대중후보는
격변의 21세기를 대비할 수 있는 경륜과 철학을 갖춘 지도자론, 이인제후보는
경제재건을 위해 세계를 발로 뛸 수 있는 건강하고 젊은 지도자론을 각각
강조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