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2위권 진입
등 대선판도에 변화가 나타나자 가급적 "정치문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내심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이미 11.8 대국민담화를 통해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상관없다"며 "대선 엄정중립"을 선언한 만큼 각 후보 진영의 움직임이나
대선구도의 변화 등에 일일이 반응을 보일 수도 보이고 싶지도 않다는게
청와대측의 얘기다.

김대통령도 이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청와대 본관 집무실로 등청하자마자
김인호 경제수석을 불러 금융개혁법안 처리상황과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등을 묻는 등 경제현안을 챙기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김용태 비서실장은 "김대통령은 요즈음 정치문제에 관해 전혀 언급이 없다"
며 "김대통령에게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김대통령은 수시로 김경제수석을 찾아 금융개혁법안 처리상황
등을 체크하는가 하면 정부차원의 보고뿐만 아니라 비공식 채널을 통해
각계 인사들로부터 경제회복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실장은 "김대통령이 공정한 대선관리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정치인을
만나거나 전화한 일이 전혀 없다"며 "민주계 인사들과의 교감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실장은 또 김대통령과 이회창후보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이후보쪽에서
그런 제의가 전혀 없었다"며 당분간 단독회동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 대선구도대로 간다면 이회창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각각 25%대를 차지하고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35%대의 표를 얻음
으로써 결과적으로 김총재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이후보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으나 아무도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이거나 단일화 여부를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