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홀로서기"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내심 기대를 걸었던 신한국당내 비주류측의 후보단일화 작업이 무산되면서
이후보는 "소수정예"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후보는 무엇보다 비주류 의원 상당수가 지역구에서 강하게 일고 있는
"5.6공 회귀"와 "보수 회귀" 움직임에 떠밀려 신한국당에 주저앉으려는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신당으로 가면 득될게 뭐가 있느냐"며 공공연히 당잔류
의사를 밝히면서 급속도로 이회창 총재 진영으로 투항하고 있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보 측근들은 이와관련, "이들 대부분은 경선때 이총재측에 섰던 사람들
이라 명분면에서도 신당으로 건너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세불리기가
여의치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후보 측근들이 "이후보는 이미 의석수와 기득권층의 기류변화에 연연치
않고 오직 국민을 상대로 득표활동을 전개해 "명예혁명"을 이루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후보는 그러나 "D-30일"이 되는 내주초와 후보등록일이자 본격적인
대선전 돌입시기인 오는 26일 전후해 다시 신당바람이 몰아치면서 대세상승의
고삐를 거머쥘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늦어도 이때쯤이면 신상우 의원과 서청원 이재오 유용태 의원 등 "중앙대
출신 트리오"가 합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다 이부영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이탈세력들도 가세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보는 그렇지만 민주계 의원들의 합류엔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YS 신당설"로 집중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가세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원 숫자에 개의치 않고 진정한 3김청산론자로서의 행보를 계속
한다는게 이후보의 생각이다.

이후보가 1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ROTC 로타리클럽 초청강연에서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책차별화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는 독자출마를 만류하던 김대통령과의 두차례 회동을 떠올리면서 "당시
김대통령에게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위기대책반 구성을 건의했으나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위기관리를 못하는 리더십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내가 김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극복할수
없다고 하는데 3김시대에서 정치를 해와 무능과 부패를 없애고 새정치를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안다"고 강조했다.

이후보는 그러면서 새로운 비유로 3김 청산론을 폈다.

지난 대선때 김대통령의 승리로 3김정치시대가 마감된 것과 마찬가지로
조훈현 기사와 서봉수 기사의 대결에서 조기사가 승리함으로써 그들의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 조기사를 극복하는 것은 서기사가 아닌 이창호라는 새로운
인물이라는 얘기다.

이후보는 이날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는 "김대통령 밑에서 눈치보면서 대표
후보 총재가 된 사람이 더이상 물려받을 것이 없게되자 갑자기 3김청산을
외치고 있다"며 "대통령이 될 사람은 평균적 애국심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병역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