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인 병역기피 여부로 여야간 논란을 벌였던 신한국당 이회창대표의
장남 정연씨가 지난 15일 나환자촌인 소록도에 도착, 사회봉사활동을 시작
했다.

그의 이같은 행동이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이대표의 지지도
제고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집권여당의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의 장남이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택한 "소록도행"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정연씨는 당초 추석연휴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병역면제 자체는 하자가
없으나 국민정서를 고려,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밝힐 예정이었으나
회견을 취소한채 바로 소록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병역문제에 대해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데다 사회봉사활동자체가 "제스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정연씨는 국립소록도병원에서 맡기는 것이라면 어떠한
형태의 일도 하게될 것"이라며 "언제까지 있을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정연씨가 아버지인 이대표에게 군복무에 상응하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봉사기간은 2년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는 당초 정연씨의 이런 뜻에 대해 "아들을 두번 죽일수 없다"며
완강히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연씨가 직장인 대외경제연구원에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뜻을 굽히지 않자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록도 봉사"가 궁지에 몰린 이대표의 지지율 반등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수 없으나 이대표측은 "아들 병역문제"라는 짐이 다소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