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이 8일 총재직을 이달말 이회창 대표에게
이양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여권의 "무게중심"이 급속도로 이대표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이대표는 김대통령이 당내 "레임덕" 현상 확산이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총재직을 조기 이양키로 한 것은 자신에게 힘을 확실히 실어주려는 조치로
보고 다각적인 친정체제 강화작업에 들어갔다.

이인제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비주류측의 사퇴공세 움직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급락한 여론의 지지도를 상승국면으로 되돌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대표는 9일 자신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심정구 김진재 강용식 서정화 의원 등 중진의원들과의
조찬모임에서 "이지사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갈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갈테면 가라"는 식의 종래 태도에서 급선회, 마지막까지 비주류측 인사들을
포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대표가 이날낮 이지사를 만나 자신의 정국구상을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한다.

이대표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비주류측 설득전략 등 대선정국 전반에
대한 소신과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대표는 지금이 대세상승 커브를 다시 긋기 시작하느냐, 아니면 끝모를
하강곡선으로 떨어지느냐를 결정할 "변곡점"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부터 총재직 승계를 위한 전당대회 때까지를 "조정기"로
보고 이 사이에 반전카드를 내보이겠다는게 이대표의 의지다.

따라서 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깨끗한 정치와 정치개혁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3김과는 차별화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안중 하나인 지정기탁금 문제 등에 대해 특단의 결단을 내리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대표는 이어 추석연휴가 끝난뒤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개혁및 정치제도
개혁방향에 대한 구체적 구상과 일정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선거혁명을 이루는 획기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마련, 이대표의 강직한 이미지를 회복하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청산
하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내 민주화를 실현하고 돈안드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해 두 아들 병역문제로 인한 지지도 하락을 만전하면서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겠다는 얘기다.

이대표는 또 총재직을 이양받은 뒤인 오는 10월초 전국구 의원직을 사퇴,
이번 대선에서 패하면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배수진" 각오를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