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 구도가 상당히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신한국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를 중심으로한 정치발전협의회가 오는 17일께
첫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응하려는 민정계 일부의 "나라회"가 서서히 그 몸체를 구성해
가면서 정발협에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바지에 특정 주자를 밀 것으로 관측되는 정발협이나 나라회 양대
세력이 경선판세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서로 상대측의 배후를 의심하고 있다는데 갈등 증폭의 요인이 있다.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관측으로는 정발협의 대다수 인사들이 이수성 박찬종
고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오는 17일 공식 출범할 나라회는 이회창 대표
를 선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세론을 펼쳐온 이대표측은 최근들어 정발협이 특정후보를 옹립할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정발협도 이대표측의 태도에 아랑곳없이 제갈길을 가겠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여권의 경선결과를 점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는 정발협이 과연 누구를
단일후보로 추대할 것인지가 바로미터 였다.

정발협이 진통끝에 "작품"을 만들어 낼 경우 "정발협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지난 91년 3당 합당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민정계는 차기 정권 창출과정에서 계파로서의 지분을 거의 상실하게 될
것도 명약관화하다.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태동한 "나라회"가 원내외 위원장은 물론 구 여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기 시작하는 등 정발협에 맞서 서서히 세를 불려 나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성원들의 성향이나 연대의 강도 등을 감안할때 나라회가 과연
정발협에 맞설만한 세력이 될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7일께 공식 출범할 나라회는 당초 핵심추진세력이 기대했던
정도에는 못미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여권의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발협과 나라회는 이제 차기 정권창출의 주도권을 놓고 세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일각에서는 양세력의 각축전을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대표의 대리전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김대통령이 경선중립을 선언했지만 결국 정발협을 통해 "김심"이 표출될
것이고 김심과 이대표와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정발협측의
분위기다.

정발협은 현재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 1백20여명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나라회는 공식출범 시점까지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 70여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라회측의 한 중진의원은 "나라회 결성은 민정계의 자구책"이라면서
"민주계가 3당합당의 한 축인 민정계의 의사를 무시한채 독단적으로 후보
추대에 나설 경우 분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발협측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민정계의 움직임을
매우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나라회가 당의 단합을 해치는 노골적인 집단행동을 할 경우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발협과 나라회가 이처럼 세확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양측 모두
상대방의 "배후"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발협측은 나라회가 이회창 대표의 원격조정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발협이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나라회에 참여한 인사중 상당수가
이대표에 호의적이라는 판단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윤환 고문의 경우 결국 이대표를 지원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이고 김종호
의원도 최근 사석에서 이대표에 호감을 갖고 있는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나라회측은 정발협이 정권재창출을 주도함으로써 3당합당의 일원인 민정계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회의 한 핵심인사가 "정발협이 3당합당 정신을 무시하고 혼자 다 하려고
한다면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대표 진영도 정발협이 "김심"과 끊임없이 교감을 나누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대표측이 정발협측에 "탈당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는 것은 같은 맥락
이다.

나라회측은 표면적으로 차기후보에 대한 의견이 정발협측과 다를 경우
협상을 통해 의견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발협과 나라회가 어떤 인사를 차기후보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양측은 3당
합당의 정신을 재연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분당의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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