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대선자금 공개여부를 놓고 여권이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기택
민주당총재가 3일 야당도 당시 법정한도를 훨씬 초과해 선거비용을 썼다고
밝힘으로써 "대선자금정국"이 한층 혼미해지고 있다.

지난 대선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총재는 이날 "당시 민주당
김대중후보가 5백억~6백억원의 선거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총재는 "전국 2백37개 지구당에 1천만원 내지 1억원정도씩 선거지원금이
내려갔고 이돈만해도 2백억원은 될것"이라며 "대선자금 대부분은 김후보가
개인적으로 조달했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이같은 언급은 당시 여당인 민자당 뿐만 아니라 야당 역시 법정
선거비용보다 많은 돈을 썼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정치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신한국당은 이날 당내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김영삼대통령의 입장표명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대선자금은 확인할 길이 없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표명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기존
당론을 고수했다.

신한국당은 특히 이총재의 발언으로 여권이 떠안은 대선자금 부담이
야당으로 분산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혹이 증폭될
것으로 보고 대국민설득방안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총재의 주장을 대선자금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양비론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한광옥 사무총장은 "이총재가 근거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추측으로 말했을 것"이라며 "당시 선거자금은 우리가 신고한
2백7억원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이총재 발언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대선자금 공개는
국민적 합의이며 김영삼대통령은 이같은 국민적 요구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