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다.

연일 터지는 대형 의혹사건들에 망연자실해 하는 분위기다.

국정의 중심이 흔들리는데 구체적인 대안은 없고 대세의 흐름을 쳐다
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김영삼대통령 역시 최근들어 현재의 비상시국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데 대통령이 가만히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김대통령이 국정을 안하거나 뒤로 미룬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밖으로 공개가 안되서 그렇지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계속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25일과 31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와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도
정상적인 국정수행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지만 동요하고 있다고 볼수는 없다"
며 "기업 한두개가 부도난다고 국가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기반이 허약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관계자들이 가장 난감하게 여기는 대목은 청와대가 마치 김현철씨의
사조직처럼 언론에 비쳐지고 있는 것.

무적근무자로 물의를 빚은 정대희씨에 이어 김현철씨의 비서출신인 최동열
(35)씨도 청와대 민정비서실에 근무한 것으로 드러나 "소산인맥"의 처리
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씨는 총무수석실과 민원비서실간 채용협의를 거쳐 지난 96년 6월12일부터
민정수석실 민원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4급 행정관.

부산 동아대 공대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92년 대선때 통일민주당 부산시
지부 청년부장과 나사본(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청년사업단 조직본부장을
지냈으며 대선직후 현철씨 비서를 거쳐 청와대로 들어오기 전인 지난 95년
에는 구민자당 중앙상무위원직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가 하는 일은 하루평균 1백60여통 오는 민원전화를 경찰청에서 파견된
여직원과 함께 접수, 이를 분류한 뒤 상부에 보고하는 업무이다.

청와대관계자들은 "그 자리는 업무시간중 거의 자리를 뜨기 힘들 정도로
전화통화가 많은데다가 주변을 시끄럽게 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따로 골방을
만들어 사용해 왔다"며 "현철씨 사조직을 관리하기 위해 골방을 준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현철씨와 안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와대근무를 의혹의 눈길로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계출신 행정관들은 "현철씨를 위해 일한게 아니라 김대통령을
위해 일한 것도 죄가 되냐"고 반문하면서 "청와대직원이 관료출신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닌데 비정상적인 근무로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현철인맥이라는 이유
만으로 정리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데 청와대고위층의 고민이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