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각종 인사개입설이 꼬리를 물고 터지자
여권은 근거없는 설로 일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보사태에 못지 않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이 문제를 계기로 현철씨의 한보청문회 출석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등 여권에 대한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11일 현철씨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명확한 증거도 없이
청문회에 나서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서청원 총무는 야당의 현철씨 한보청문회 증인채택 요구에 대해 "증거도
없는데 마구 청문회에 나서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야당의 정치공세를 받아
줄수 없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서총무는 야당의 청문회 TV생중계 주장에 대해서도 "방송국의 편성권에
관한 문제로 정치권이 가타부타 간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증인의
동의도 없이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한국당이 이처럼 강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5공 청문회 사례에 비쳐볼때
청문회가 의혹을 해소하기 보다는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고 설사 현철씨가
증언을 비공개로 한다해도 비공개가 지켜질리 없으며 결국 "인민재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식 입장과는 달리 당 일각에서는 현철씨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철씨의 한보사태 연루의혹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터진 YTN(연합TV
뉴스) 사장 인사개입설과 KBS 인사개입설 등 연이어 제기되는 의혹은 노동법
사태로 이미 상처를 입은 여권의 운신 폭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철씨 문제를 더 미루었다가는 연말 대선까지 계속 야당에게 끌려
다니는 꼴이 될수 밖에 없어 차제에 현철씨 문제는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당지도부는 야당의 집요한 공세와 현철씨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비켜나갈 묘책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철씨가 증인이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마지막날 출두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인 이 문제에 대해 소신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 마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당장 신한국당
당직개편 방향도 잡히지 않은 상태라서 당직자들은 "며칠뒤 당직개편때
물러날 입장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얼버무리기에 급급하다.

반면 국민회의는 이날 현철씨 관련 "7대 비리"를 제시, 현철씨가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7대 비리로 현철씨가 <>청와대 정무수석 공보처장관과
주요 인사문제를 협의했고 <>안기부로부터 수시로 정보를 보고받아왔으며
<>YTN KBS 등 언론사와 군 인사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또 <>메디슨 사건과 한보사건 조사때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4.11
총선때 신한국당 공천에 관여했으며 <>신체장애가 있는 국회의원을 모독하는
발언으로 전 국민을 농락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이들 7개 비리과 관련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하며 현철씨의
국회 증인 출석은 이제 더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도 "현철씨는 군, 개각, 안기부, 국.공영방송및
심지어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까지 인사에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며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한보청문회에 떳떳하게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선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