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께 소집되는 전국위원회에서의 새 대표 지명에 뒤이어 단행될
당직개편은 현재까지 그런대로 짜여져 가던 여권의 차기대권 경선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김대통령의 중립선언에 이어 후보군의 한사람으로 거명되던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4일 신한국당 상임고문에 임명됨으로써 차기후보 경선논의는
이제 자연스럽게 당내를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경선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기도 상당히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
된다.

이와관련, 신한국당은 이날 5천명선인 대의원을 1만명선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노동법정국과 한보사태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민주계
가 다소 주춤하면서 이회창 박찬종 고문 등 영입파와 민정계의 이한동 고문
간의 3파전 양상이 차기후보 경선구도의 틀이다.

물론 주자들간의 합종연횡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내주중 단행될 당직개편에서 대권후보군중 한사람이 당의 화합과
경선관리 쪽을 맡을 대표에 발탁될 경우 경선구도는 한층 더 단순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신한국당 안팎에서는 차기대권후보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인사중
당대표로 거명되고 있는 이한동 고문이 대표직을 수락할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고문이 대표직을 수락하는 경우 공식적으로 경선불출마를 선언하지는
않더라도 대권행보를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자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표직의 프리미엄을 업고 대권행보를
했을 경우 다른 후보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사게되고 이는 불공정 경선시비
를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김대통령 자신의 "경선중립" 선언 정신에 배치되는 일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이 이고문에게 대표직을 제의했을 경우 경선불출마를
전제조건으로 붙였을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고문이 대표직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고문이 경선출마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경우 차기주자를 배제한 "관리형"
이 대표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김명윤 이만섭 고문과 김종호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가능성이 극히 미약하긴 하지만 이수성 고문의 전격
발탁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전국위원회의 소집 결정이 난 이상 이홍구 대표의 교체는 확실해졌다.

이대표는 상임고문단으로 자리를 옮길 전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회창 고문 등 또다른 대권후보가 경선을 포기하고
대표직을 맡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정계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김윤환 고문의 경우 대표발탁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갖고 있는 잠재력으로 인해 당직
개편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경선을 실무적으로 책임질 사무총장 인선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대표에 누가 기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질수 있지만 일단 이고문 등 비민주계가
대표를 맡을 경우 사무총장에는 민주계가 임명될 것이 확실시된다.

강삼재 총장 유임설및 민주계 중진인 박관용 서석재 의원의 기용설이 거론
되고 있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김명윤 고문 등 민주계가 대표가 될 경우 강재섭 의원 등 민정계 인사가
총장으로 발탁될 가능성도 없지않다.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는 신임 당대표가 임명된뒤 계파및 지역안배원칙에
따라 임명될 것으로 보이나 이상득 정책위의장이 입각할 경우 후임에는
김중위 이해귀 백남치 의원 등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총무는 당지도부에 바꿔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자신의 후임에
하순봉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재섭 의원 등도 거명되고 있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