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노동관계법을 둘러싼 이견을 이심전심으로 좁혀가고
있어 단일화제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민련은 지난 21일 당 노동관계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노동관계법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상급단체및 단위기업에까지
복수노조를 전면허용하고 노조의 정치활동금지와 3자 개입금지 조항을 전면
삭제하기로 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자민련이 그동안 반대해왔고 국민회의측과 가장
큰 시각차를 보였던 복수노조를 수용키로 결정한 점이다.

이런 변화는 자민련이 국민회의와의 공조를 의식, 보수색채를 완화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욱이 자민련안은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대체근로제 등 쟁점에서도
국민회의안과 별 차이가 없어 주목된다.

자민련은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되 노조와 협의, 도산이 우려되는 객관적
사실이 입증될 경우에만 허용토록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변형근로제는 2주
단위 48시간 한도내에서 허용하며, 쟁의기간중 대체사용 근로자 범위를 당해
사업장의 비조합원으로 한정하는 안을 마련했다.

국민회의는 정리해고제의 경우 법제화가 불가피할 경우에 해고요건을 대폭
강화하거나 2~3년간 유보토록 하고, 변형근로제와 대체근로제도 요건을 강화
하는 선에서 자민련과 비슷한 대안을 준비해놓고 있다.

이들 쟁점에서는 국민회의가 자민련쪽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양당은 이밖에 직권중재 폐지, 노동쟁의조정법 규제대상인 공익사업 축소,
중앙노동위원장 신분격상 등에서는 이미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양당간에 입장차이가 있다면 국민회의측이 가급적 정리해고제 등을 법제화
하지 말자는 쪽인반면 자민련이 법제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따라서 양당 관계자들은 두 야당이 조율 과정에서 진지하게 절충점을 모색해
나간다면 단일안 마련이 결코 험난한 작업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노동관계법에 관한 이견절충과정이 향후 대선공조과정
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는 공동공약개발 가능성을 가늠해볼수 있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당이 노동관계법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공동집권공약이나
공동대선공약을 만들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양당은 그러나 정부여당이 날치기법안을 무효화할 때까지는 노동관계법에
대한 본격적인 당대당 논의를 "전략상"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당이 단일안 만들기에 나설 경우 여야 대립의 본질과 초점을 흐려놓을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두 당이 단일안을 만드는 것 자체도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새 노동법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설득절차의 일환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내용못지 않게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