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총재의 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총재는 정부여당과 국민회의,심지어 민주당까지 개헌반대를 정면으로
표방하자 한동안 내각제를 계속 최우선 정치목표로 고집하는 듯 했으나
서서히 현실로 돌아와 대선출마쪽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총재는 김영삼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개헌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직후인 지난 1일 중앙당월례조회에서만 해도 "남이야 어떻든 우리가
나갈 길은 정해져 있다"며 내각제개헌의지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8일 충남 부여 청소년회관에서 김총재는 내각제와 대선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는 "양다리걸치기"론을 전개했다.

내각제개헌추진시한도 "15대임기중"으로 멀찌감치 설정했다.

김총재는 이처럼 결심을 바꾼 배경으로 "대통령이 임기중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대통령에 화살을 돌렸다.

김총재는 특히 이자리에서 대선"후보"라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내년 3월이후 당원의 총의에 따라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새벽이
오면 어김없이 온 동네에 새벽이 온 것을 알릴테니 기다려 달라"고 출마
의사를 처음 시사했다.

지난 11일 대구.경북지역 당원단합대회에 참석한 김총재는 더 적극적으로
대선대비론을 펼쳤다.

김총재는 야당과의 대선공조가능성에 대해서도 "내년 대선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지금 얘기할 계제가 아니며 내년 3월이후 선택이 될 것"이라며
나름대로의 정치일정이 계산돼 있음을 드러냈다.

김총재는 이어 지난 14일 충북 보은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진행된 자민련
핵심당원 연수대회에 참석, "선정권 후내각제추진"으로 내년 정국에 임하는
자세를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환사무총장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내각제를 함께
하겠다는 세력과 협력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김총재가 전면에 나서는
구도로 가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며 "김총재중심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결국 지난 1일 "우리가 나갈 길은 정해져 있다"며 내각제를 고집하던
김총재는 보름가량이 지난뒤 "대선으로 정권잡기"에 나서기로 결심했고
측근을 통해서지만 "JP중심후보단일화"를 표방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무튼 김총재의 대선전략은 이런 말의 변화에 이어 정기국회가 끝난뒤
본격화될 지구당 정비일정과 맞물려 행동의 변화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