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지난 2일까지 사흘째 감사를 마친 여야의원들은 폭로위주의 국감행태에서
탈피, 정책대결을 펼치는등 "생산적인" 국감을 치러내기 위한 변화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또 효율적인 감사를 위해 중복질문을 피하는 한편 분야별로 "팀플레이"를
펼치는등 신풍속도를 그려냈다.

<>.재정경제위 소속 이상수 정세균 정한용 김민석의원(국민회의)등 "국감을
준비하는 의원모임"은 국감 당일 1백페이지 안팎의 공동 국감자료를 제출.

이들은 또 제한된 질의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질의항목을 분야별로
나누는등 효율적인 국감을 위해 노력.

재경위의 김원길의원(국민회의)은 국감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두차례에
걸쳐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경제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또 농림해양수산위의 이우재(신한국당) 이길재(국민회의) 정일영(자민련)
의원등도 농어촌문제 해결을 위해 농어민과 도시소비자등에 대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

건설교통위의 서훈 백승홍의원(신한국당)의 경우 대구 위천공단지정문제와
관련해 서의원은 대구.부산지역간 지역대립감정 해소책을, 백의원은 수질
오염방지등 기술적인 문제를 다루는등 역할분담.

<>.통신과학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할것없이 "정부 두들기기"에 동참,
수감기관에서 "아군"과 "적군"이 구분이 안간다고 푸념.

의원들은 정통부감사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과 관련, 총 45조원이
소요되는 건국이래 최대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1년이 지나도록 각 부처별
전담팀조차 구성하지 않은 정부의 "무계획성"을 맹렬히 질타.

의원들은 또 한국통신의 "114안내서비스 유료화" 방침에 대해 "서비스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제동을 걸었고 과기처감사에서도 여야의원 모두
정부의 원전관리 허점등을 집중 추궁.

<>.건설교통위의 부산 대구 대전광역시에 대한 감사에서는 의원들과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 기세싸움을 의식한 탓인지 매번 감사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표출.

특히 의원들은 소속정당이 다른 지자체장에게 집중 포화를 쏘았는데
무소속의 문희갑대구시장은 신한국당의 표적이 된 반면 야당의원들은
엄호성 발언으로 일관해 눈길.

지자체장들은 의원들의 추궁에 중앙부처 수감기관의 장과는 다른 태도로
감사에 임해 감사장의 분위기가 대체로 냉랭.

한 시장은 국감이 끝난후 "선거에서 표를 얻어도 의원들보다 내가 더 많이
얻었는데..."라며 의원들에게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지자체장들의 분위기를
전달.

<>.여야 대권주자들은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비우거나 질의를 거의
하지 않아 국감점수로는 "낙제점"이라는 평.

통일외무위의 김윤환 최형우고문(신한국당)은 주로 "바빠서 이만..."
스타일.

지난 1일 외무부감사에서 김고문은 "치통이 심해", 최고문은 "몸살기운이
있어" 각각 1시간만에 국감장을 퇴장.

이회창고문(신한국당)의 경우 지난달 30일 통일원감사에서 짧막한 질문을
한뒤 입을 열지 않는 모습.

행정위 소속 신한국당 이홍구대표는 총리실감사에서 40여분만에 자리를
떴고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중요한 당무"를 이유로 불참.

국방위의 이한동고문(신한국당)은 국방부감사에서 질의없이 저녁무렵
국감장을 빠져 나갔고 김덕룡정무장관도 주로 듣는데 치중.

<>.국정감사가 점차 열기를 더해가면서 이색제안도 봇물.

보건복지위의 정의화의원(신한국당)은 국립보건원감사에서 "전국민이
신분노출에 대한 부담없이 에이즈 검진을 받을수 있도록 익명 검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

법사위의 목요상의원(신한국당)은 "매맞는 아내들을 위해 상해보험이
적용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문체공위의 박종웅의원(신한국당)은
"경주 석굴암을 영구보존하기 위해 제2의 석굴암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는
"가짜"를 보여주고 진품은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라"고 요구.

<>.통일외무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의원 호화외유 파문등을 의식, 3일부터
시작된 재외공관에 대한 감사에서 극도로 "몸조심".

통외위는 지난 2일 여야3당 간사로 구성된 지역별 감사반장 회의를 열어
국감 운영지침을 마련.

통외위는 지침에서 공무원 여비지급규정에 의거, 개인별 경비를 지급한뒤
엄격한 사후 정산절차를 거치기로 결정.

특히 감사반과 함께 현지에 머물더라도 공식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의원이
있을 경우 해당경비는 모두 회수, 국고에 반납키로 하는등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