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면서 가장 크게 대두되는 문제가 지역
이기주의를 어떻게 해소할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부문이 환경관련 문제다.

예를들어 핵폐기물처리장유치등 명분이나 실리적 측면에서 해당 지자체가
수용할만한 시책이라 하더라도 주민의 투표로 당선된 단체장과 의회의원들이
주민들의 반대의사를 무릅쓰고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해 사실상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때도 환경문제
가 개입되면 지역주민들의 의견과 상충,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았고 사회
문제로 발전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핵폐기물처리장설치와 쓰레기 매립지선정등이 그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다.

지자제시대의 본격 출범은 환경문제와 관련, 필연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나는 동전의 앞뒷면관계와 같은 지역개발과 환경보전이고 다른 하나는
님비(NIMBY)현상의 가속화다.

"폐기물 처리시설설치는 필요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란 식의 시각이다.

어느 단체장이던지간에 해당 지역의 경제활성화는 선거공약 제1호인만큼
활발한 개발사업을 전개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개발은 바로 그 지역의 환경보전체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깊은 상관
관계가 있다.

환경부가 가장 많은 우려를 보내는 곳도 바로 이 대목이다.

강원도 속초시가 설악산국립공원일부를 해제, 관광특구화 함으로써 지역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적지않은 마찰이
벌써부터 예견되고 있다.

현재도 심각한 상태인 님비현상은 그간 조정역할을 했던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한다면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다.

광역 매립지선정과 관련, 지난 91년 시작된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기나긴
대립은 결국 최근 양측의 경계 지역에 매립지를 건설하는 절충안에 합의한
뒤 최근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
이다.

그런가하면 충북 제천시와 강원 영월군의 물분쟁은 시작된지 5년째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1년 제천시가 물부족을 이유로 평창강을 취수원으로 하는 상수도
확장사업을 중앙으로부터 인가받자 영월군은 갈수기에 물이 부족하게 되고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이유로 반대, 해묵은 싸움이 이제껏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 용역을 주어 객관적인 결과가 나오면 이에 승복키로 시군이 합의
했지만 막상 결과가 나오자 영월군이 조사방법의 객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는 이유를 들어 반대함으로써 합의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크던 작던 이같은 현상은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환경부가 이같은 현상에 맞추어 강구하고 있는 대책은 크게 중앙조정협의
기구의 설치, 예산의 차등지원 환경영향평가강화등이다.

우선 내무부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범정부적 환경분쟁조정기구를
하반기내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윤서성환경부기획관리실장은 "환경문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문제이지
해당 지방주민만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특성이 있다"면서 "선진국들도
지자체간에 환경을 둘러싼 분쟁이나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개입,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부는 중앙정부의 환경정책에 협조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예산을
대폭 지원하고 그렇지않은 경우에는 당초 책정됐던 예산도 과감히 삭감하는
방법을 통해 분쟁해소는 물론 국가적인 환경보전정책을 차질없이 수행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함께 환경영향평가법령을 개정해 평가대상사업과 평가기준등을 확대.
보완함으로써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조정과 통제기능을 보강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물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다원화되어 있는 중앙정부의 물관리
기능을 통합하는 한편 전국의 수자원은 모두 해당 지자체가 아닌 국가의
권한밑에 두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입장은 이같이 분명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환경문제는 누구의 문제로 돌릴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당위성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방화시대의 초기단계에서는 환경문제를 비롯해 지역
이기주의로 인한 마찰과 시행착오가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지자체
발전의 성패가 이의 해결여하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양승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