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마라케시각료회의 주회의장인 "팔레 드 콩그레"2층 대회의실.
"UR(우루과이라운드) 대장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에 앞서 이날도 40여
개국 대표들이 연설에 열을 올렸다. "성공적인 UR장정"을 자축하고 앞으로
전개될 신라운드과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히는 식으로 하루종일
회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연설자들의 이런 열기와는 달리 각국대표들이
앉아있어야할 회의석은 거의 텅비어있는 상태다.

2천여명에 이르는 각국대표들이 공식회의라는 "염불"보다는 이 회의에
몰려든 다른 주요관심국대표들과의 개별적인 접촉이라는 "잿밥"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라운드"로도 불리는 각국대표간
접촉이 활발한 것은 그만큼 각국간에 조율해 나가야할 통상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들 일련의 장외라운드에서 단연 "주가"를 올리고있는 나라중의 하나가
한국이다. 정부수석대표인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은 전날 여추통 싱가포르
상공부장관과 만난 것을 시발로 이날은 APEC(아태경제협력체)통상장관들
간의 비공식회의에 참석한데 이어 <>오전10시 미키 캔터미무역대표 <>오전
11시 하비브 벤 야히아튀니지외무장관 <>낮12시 피터 서덜랜드 GATT(관세
무역일반협정)사무총장<>오후4시 하이메 세라 멕시코무역장관과 연쇄회담을
갖느라 하루종일 본회의장에 앉아있을 새가 없었다. 14일엔 이른아침부터
호주무역장관 스위스 경제장관 브리튼 EU(유럽연합)집행위원등과 15일에는
뉴질랜드의 버튼 무역장관과도 만날 예정이다.

이들 장외접촉에서 공통된 "테마"의 하나는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에 대한 문제다. UR가 추구하는 다자주의정신을 존중하되
일정 지역내의 국가끼리 추가적인 무역자유화를 추구해 서로의 과실을 더
키우자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각국이 한국을 자기네의 통상블록에
다투어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상공장관은 김장관에게 동남아국가들간에 논의되고 있는 EAEC(동아시아경제
회의)와 AFTA(아시아자유무역지대)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 줄것을 요청했다.
캔터 미무역대표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시장 개방문제를 들고나온 한편으로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차지하고 있는 주도적 위치를 활용해" 미국이 APEC
(아.태경제협력체)내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도록 지원해 줄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14일 가질 봅 맥멀런 호주무역장관과의 회담에서도
호주측은 기존 APEC테두리내에서 우리나라와의 "특별한" 협력관계구축을
타진해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U측도 14일 브리튼집행위원이 가질
김장관과의 "면담기회"를 이용해 "EU가 한국의 협력을 얻어 APEC과 특별
협력관계를 구축할수 있는지"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우니나라가 지역협력체 이슈와 관련,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국제사회,특히 통상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 대표연설에서 김장관 스스로가 강조했듯이 "선진국과
개도국간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선발개도국인 한국의
통상조정능력이 한몫을 차지할수 있는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가 이처럼 점증하고 있는 각국의 "한국의
국제통상조정자역할 발휘"란 기대를 무리없이 채워줄수 있게끔 협상능력을
키워놓고 있느냐는 점으로 모아진다. UR를 마무리하는 마라케시에서 확인
되고있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위상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통상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세련된 국제 협상력을 키워가는 일이야말로 막바지 UR잔치가
우리나라에 던져준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인 셈이다.

<이학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