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이폰 모먼트
“부적응자들, 반역자들, 말썽꾼들,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그들은 인류를 진전시켰다. 사람들은 그들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천재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997년 애플의 광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에 나오는 문구다.

“미치광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1985년 애플을 떠난 지 12년 만에 복귀한 시점에 발표됐다. 당시 애플은 파산 위기에 몰려 있었다. 구원투수로 돌아온 잡스는 애플 직원들을 상대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소개하면서 애플의 핵심 가치에 대해 강연했다. “애플 제품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장담한 대로 세상을 바꿔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잡스의 철학은 아직도 애플의 기업 철학으로 남아 있다. 2021년 잡스 10주기 행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 직원에게 말했다. “잡스는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의 관점으로 보도록 했다. 잡스가 남긴 선물 중 하나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세계 1등 기업이 됐다. 시가총액은 3조달러를 넘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인공지능(AI)산업의 아이폰 모먼트가 시작됐다”고 했다. 아이폰이 새로운 시대를 연 것처럼 생성 AI의 시대가 이제 막 개막했다는 의미다. AI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엔비디아 주가는 AI 붐을 타고 올해 들어서만 160% 이상 뛰었다. 25일(현지시간) 기준 세계 시가총액 5위로 반도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 클럽 진입을 눈앞에 뒀다. 시장조사업체 더브레이니인사이츠는 작년 86억5000만달러(약 11조4700억원) 규모였던 생성 AI 시장이 연평균 36.1%씩 성장해 10년 후인 2032년엔 1886억2000만달러(약 250조1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아이폰처럼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 한국의 교육은, 한국의 기업은 인류의 또 다른 도약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