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미디어도 장악하는 美 빅테크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학창 시절 고향 오마하에서 용돈벌이를 위해 신문 배달을 했다. 이때부터 매일 5개의 신문을 꼼꼼히 읽은 것은 그의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됐다. 어린시절부터 신문과 인연을 맺은 그는 자신의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를 통해 한때 20여 개 언론사 지분을 보유했다.

벅셔해서웨이의 미디어 지분 중에는 워싱턴포스트(WP·26.6%)도 있었다. 현재 WP의 최대주주는 잘 아는 대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90살이 된 후에도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일궈낸 일 중 하나를 꼽자면 WP 인수일 것”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많다. 인수 3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는 등 수완을 보였지만, 언론 문외한으로서의 한계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자 수가 2020년 610만 명에서 836만 명으로 증가하는 사이 WP는 300만 명에서 270만 명으로 줄었다.

베이조스와 앙숙지간인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사들였다. 인수금액은 440억달러, 우리 돈으로 58조원을 넘는다. 실리콘밸리 최고 괴짜답게 숱한 뉴스를 뿌렸다. 비상 경영을 이유로 사무실에 침대를 두고 직원들에게 밤샘 근무하도록 하면서 건물 내 조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건축법 위반으로 조사까지 받을 지경이다.

머스크는 민주당 지지 일색인 실리콘밸리에서 흔치 않은 공화당 지지자다. 이런 정치색을 본인 소유 미디어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 선언을 트위터상에서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벤트까지 열었다. 물론 송출 중단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이미지를 구겼지만 말이다.

미국 빅테크들의 언론사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연소 부호로 꼽히는 올해 28세의 오스틴 러셀 루미나 테크놀로지 CEO는 얼마 전 105년 역사의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를 사들였다. 한국 대학생들의 필독 잡지였던 타임지의 현 주인은 오라클 임원 출신인 세일스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다. 이들이 내세우는 인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만은 분명하다. 영향력이다. 부를 가지니 또 다른 권력도 갖고 싶은 모양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