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빌라·오피스텔 정책이 안 보인다
전국 주택 1881만 가구(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2021년 기준) 중 아파트는 63.5%인 1194만 가구다. ‘빌라’로 불리는 연립(53만 가구)과 다세대주택(225만 가구)은 280만 가구 남짓이다. 준주택에 속하는 오피스텔 준공 물량은 94만여 실(2021년 6월 건설산업연구원 기준)이다.

통계에서 보듯 한국은 공동주택 중 아파트 비중이 높다. 많은 사람이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세련된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 살기를 원한다. 주택 시황 등 통계 발표와 거래도 아파트 시장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전세 사기 여파로 서민 주거 버팀목 역할을 해온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아파트와 달리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을 한 번도 펼친 적이 없다.

아파트만 중시하는 정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

첫 대책은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및 최종 1주택 폐지 등을 담은 ‘5·9 부동산 대책’(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었다. 분양가 상한제 개편(6·21 대책), 전국 270만 가구 공급 방안(8·16 대책),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편(9·29 대책) 등이 이어졌다. 이후 청약 제도 개편과 규제지역 조정,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이 뒤따랐다.

올초 ‘1·3 부동산 대책’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규제지역 폐지 및 민간택지지구 분양가 상한제 지정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 아파트 관련 내용 일색이었다. 지난 2월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비(非)아파트 정책으로는 지난해 9월 1일 내놓은 전세 사기 대책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건축왕 빌라왕 등 전세 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대책이다.

정책 사각지대 놓인 서민 주거

빌라와 오피스텔은 무주택 서민이 전·월세로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해 이주하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게 공통점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고금리와 전세 사기 후폭풍이 거세다. 빌라 시장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정부가 뒤늦게 ‘전세 사기 특별법’을 마련 중이지만 실수요자가 외면하면서 시장 자체가 와해할 판이다.

‘아파텔’로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소형 아파트 대체제로 꼽힌다. 역세권 원룸형 오피스텔은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주거 형태다. 주로 월세를 받는 임대상품인 오피스텔 시장도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임차인이 급감한 데다 주거용으로 한 채만 소유해도 1주택자가 되다 보니 매수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민 주거시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업계에서는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용면적 60㎡ 미만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주택 수 산정에서 빼거나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구체적인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