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규제자유특구 가운데 2~3곳을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해 네거티브 방식(법규로 명시한 금지·제한 외 모두 허용)의 규제특례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규제자유특구는 2019년부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서 34개 특정 사업을 대상으로 8차례에 걸쳐 지정됐다.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신기술을 활용한 새 제품·서비스 창출을 전제로 일반 규제가 대폭 유예·비적용된다. 통상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례로 통한다.

어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한 대로 가면 2027년까지 AI(인공지능) 모빌리티 바이오 등 분야에서 모두 10개의 혁신특구가 조성된다. 정부가 벤치마킹하는 모델은 미국 동부의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다. 이곳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때 다녀간 곳으로, 미국 생명과학산업의 메카다. 유수 대학이 몰린 보스턴 지역에 100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연구소·병원 등이 모여 바이오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며 미국 산업과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목되는 것은 또 언급된 ‘규제혁신론’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보스턴클러스터 성공 요인을 분석하겠다”며 “전면적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특례를 도입해 규제자유특구를 획기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역설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한국판 혁신 클러스터 조성은 늦은 감이 들 정도로 꼭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망 틀이 재구축되는 대변혁 와중에 ‘한국판 갈라파고스 규제’를 모두 털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와 산업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특정 지역, 특정 신산업, 특정 조건을 내걸어 마치 정부가 시혜적으로 베풀듯이 찔끔찔끔 규제완화를 할 건가. 더구나 현 정부는 출범 때부터 규제혁파를 내걸었고, 새 규제 하나를 도입하면 기존 규제 두 건을 폐지하는 ‘원인 투아웃’ 원칙도 천명했다. 최근에는 규제 샌드박스 특례기간을 4년에서 1년 연장하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투자 활력을 살려낼 길이 없다. 실속도, 성과도 없이 당국자 입에서 말의 성찬만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