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주범 CO2, 탈탄소 시대의 소중한 자원으로
서울 당인리 화력발전소, 울산 석유화학단지, 여수 화학단지, 포항제철 등은 어르신들에게 향수를 부르는 지명이다.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이들 지명은 국민에게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설렘을 안겨줬다. 이제 이들 지역은 커다란 도전과 변화를 맞이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작년 한국 제조업 생산의 6.1%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경제에 기여하고 있지만, 국가 온실가스의 약 8.5%를 배출하면서 화력발전, 철강산업에 이어 3위의 이산화탄소(CO2) 배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화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철강산업은 수소환원 공정 등으로 현 상황을 극복할 방향성이 제시된 상태다. 이에 비해 석유화학산업은 태생 자체가 원유(납사)에서 시작해 친환경 공정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CO2를 줄이는 데 근원적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재사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를 들 수 있다. CCUS는 CO2 배출 완화를 넘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를 화학물질 등과 결합해 산업 원료로 재활용하자는 ‘역발상의 기술’이다.

CCUS는 탈탄소화뿐 아니라 기존 생산 인프라를 유지·활용할 수 있어 산업 전환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최근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 정부가 CCUS에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 세계 500여 개 시민단체가 자국 정부에 CCUS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중단하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하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단체의 지적은 CCUS의 대규모 상용화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의 CO2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설비의 수명 연장에 부정적인 데다 신규 착공의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CO2 운송·저장에 따르는 환경오염, 안전사고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모든 기술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CCUS 기술이 현 단계에서 충분한 기술·경제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CO2를 일정 순도 이상의 원료로 개선하는 데 또 다른 에너지가 투입되고, 이 과정에서 CO2가 발생한다는 모순도 존재한다.

현재 CCUS 기술이 탄소와의 전쟁에서 시대의 구원자가 될지, 임시방편이 될지는 논란거리다. 그럼에도 CCUS는 기후 위기 시대에 석유화학산업이 계속해서 우리 경제의 한축으로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CCUS 기술로 CO2를 탈탄소 시대의 자원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다면,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도 다시 한번 희망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