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곡물 트레이더가 본 양곡법의 '나쁜 결말'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의가 뜨겁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은 그 ‘선한 취지’와 달리 당장 우리 사회 전반에 끼칠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 초과 생산되는 양곡(주로 쌀)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의 시행은 오히려 본래 목적과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선 농민은 스스로 생존할 능력을 잃는다. 시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며, 사람들이 지급하려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식량이 생산되고 유통된다. 단기적으로 식량 생산은 변동성이 크고,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식생활은 변화한다. 리스크를 가장 잘 관리하고, 생산성이 가장 높은 농부들이 전 세계의 더욱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식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농업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반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은 농민을 더욱 시장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다. 정치가 우리 농민을 시장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쌀농사에 길들이게 해 스스로 살아남을 힘을 빼앗는 것이다.

또 소비자의 식비 부담은 늘어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물가에 영향이 미미한 쌀의 인위적 가격 부양이 가능하게 할 뿐 그 외 수입 곡물 가격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거의 없다. ‘높은 가격의 해결책은 높은 가격 그 자체’라는 격언이 있다. 시장경쟁에서 희생되는 약자들을 분별해 지원하는 것이 귀한 재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이다. 또한 쌀 가격의 인위적 부양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세금과 자원은 다른 식량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더욱 생산성 높은 방향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를 방해한다면 결국 소비자 전체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식량 안보가 악화된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낮아진 것은 밀가루 제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밀 수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제 쌀 시세의 몇 배를 소비자가 감당하는 대가로 상대적으로 높은 식량 자급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쌀 대신 고기나 빵, 국수와 같은 다른 음식의 소비가 늘어난다면 이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한 취지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이를 외면하고 낡은 관념으로 농민들을 오직 쌀농사에 묶어두는 것은 그들에게서 시장이 가져다주는 풍요를 빼앗고 시장의 희생자로 떠미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