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반부터 세수 부족이 심상찮다. 기획재정부의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로 15조7000억원 덜 걷혔다. 불황기에 징수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감소폭이 크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은 물론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와 관세까지 다 떨어진 것을 보면 침체의 골이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기재부는 세수에서도 ‘상저하고’라며 하반기 낙관론을 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올 들어 국내 주력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한경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가총액 100위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조사 대상 64개 기업은 2분기에도 이익이 61%가량 하락하는 보릿고개가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든 ‘반전 심리’를 살려보려는 정부 고민은 이해되지만, 하반기 반등론이 희망 고문이 돼선 곤란하다.

이대로 가면 올해 세수 펑크가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돈 쓸 곳 많은 정부로서는 조바심을 낼 만하다. 더욱이 올해 깎아주거나 환급해주기로 한 국세 감면액은 69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9%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이 계획을 되돌릴 수도 없다. 감면·환급이 적극적 세출예산은 아니나 산업 개발과 경기 활성화 등의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만큼 원안대로 가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경계할 것은 성급한 증세론이다. 정부 지출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고조되는 경제난에 쓸 곳이 늘어나면 증세 주장은 한층 그럴듯해진다. 종부세 정상화 과정에서 최근 기재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60%에서 80%로 올리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세수 부족 집계가 매달 쌓여갈수록 국회에서도 충분히 예상되는 게 증세론이다.

세금에 관한 한 경기 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가 바람직하다. 경기가 살아나 투자와 소비가 활기를 띠면 주력 3대 세목뿐 아니라 다른 세금도 늘어난다. 지금 정부로서는 재정지출의 씀씀이를 재점검하면서 허리띠를 죄는 게 먼저다. 특히 한국 최대의 전략 산업인 반도체가 글로벌 대전에서 살아남고 승기를 잡도록 하는 ‘감세 지원’ 계획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경기가 살아나면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감면 조항을 유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 지금은 경기 활성화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