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TK신공항'에 드리운 文정부 그림자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보니 가슴이 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1년 2월 25일, 당시 문 대통령은 가덕도 일대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시점이라 선거 개입 논란이 일었다. 다음날 국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처리됐다. 선거를 의식한 국민의힘 의원도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특별법에는 13조7000억원 사업비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명시됐다. 단일 사업의 예타 면제 금액으로 사상 최대였다.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여야가 맞바꾸려 한다는 2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대부분의 독자가 의아해했다. 합쳐서 20조원이 넘어가는 사업에 어떻게 예타 자체를 면제해달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여론은 다르다. “왜 가덕도 신공항은 놔두고 우리만 뭐라고 하느냐”고 억울해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이날 TK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부산 지역 의원을 향해 “가덕도 신공항은 앞으로 20조, 30조원이 들지 모른다”며 “TK신공항의 민간 공항만 보면 1조4000억원밖에 들지 않는데, 그 국비도 나눠주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이 독점하려 과욕을 부린다”고 비판했다.

지역 공항 건설에 대규모 국비를 투입하며 예타를 면제하는 것은 가덕도부터 시작됐다. 예산 및 수요를 감안해 박근혜 정부에서 계획한 김해공항 확장을 문재인 정부가 뒤집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석권한 데 따른 정치적 귀결이다. 국토교통부의 사업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이다.

정치인들이 대구와 광주 공항 사업 앞에서 유독 과감한 것도 가덕도 신공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각 TK신공항의 예타를 면제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달 27일 기념사진까지 남기며 공개적으로 서로의 지역 현안을 맞바꿨다.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 지역주의와 맞물려 어떻게 정당 정치를 오염시키는지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홍 시장과 주 원내대표, 추 부총리가 정말 큰 정치인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확대하기보다는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