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보스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경제외교
지난주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가 뜨거웠다. 3년 만에 개최된 1월의 다보스 포럼에 모여든 전 세계 각계 리더들의 열기 때문이다. 다만, 복합 위기와 지경학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국가와 기업, 그리고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으로 모두의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이었다. 전략적 경쟁과 진영화로 규정되는 냉엄한 신(新) 세계 경제 질서를 함축한다. 팬데믹과 전쟁이 초래한 공급망 교란, 기후·에너지 위기, 지정학적 대립, 그 안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새로운 연대가 동시에 모색되면서 그간의 세계화와 자유무역 구도에 격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제로섬으로 치닫는 죄수의 딜레마를 피하는 해법은 협력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대를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한다. 특별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를 확장하고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급망 강화, 저탄소 전환, 보건 격차 해소, 올바른 디지털 질서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보편적 규범을 준수하고 연대를 복원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이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서, 그리고 원전과 수소 선도국으로서 연대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한해 국제 현안 논의의 흐름과 아젠다 설정의 지표가 된다는 다보스 포럼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행동하는 연대’는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로 이어지는 다자 경제협의체에서 국제 연대를 견인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기업과 협력하는 경제 외교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안보, 경제, 기술이 패키지로 움직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찾으려면 국가와 기업의 협업이 더욱 중요한 만큼 윤 대통령은 외교 중심을 경제에 둬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해외 순방을 경제인들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투자와 수출 기회 확대를 위해 ‘K영업사원’이 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시작한 새해의 세일즈 외교를 다보스에서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인텔, 퀄컴, JP모간과 같이 세계 굴지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우리의 기업·시장 중심 경제정책과 기술 경쟁력을 설명했고, 한국 기업과 외국 파트너를 잇는 교량 역할에 나섰다. ‘한국의 밤’ 현장을 가득 채운 각국 정상과 관료, 기업인, 투자자들은 적극 호응했다. 그들은 윤 대통령이 제시한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와 부산세계박람회의 비전에 박수를 보냈고, 정부의 구조개혁과 경제 혁신 노력에 신뢰의 말로 화답했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 발판을 다지는 ‘코리아 원팀’의 활약이 돋보였다.

다보스 포럼에서 한국에 쏠린 세계의 관심은 우리의 강화된 위상을 보여주는 한편, 국제 현안 대응에 있어서 한국에 대한 높아진 기대를 재차 실감하게 했다. 정부는 세계가 분열을 극복하고 자유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앞장서면서 한국 경제도 살리는 경제 외교를 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