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약계층 안심 시켜줄 '안심소득'
코로나19 팬데믹은 미증유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인해 서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고, 경제적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는 심각한 위협에 노출됐다. 선진국 보건·의료시스템의 취약함도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한 사회적 고립, 고독사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후 경제적 취약계층의 기초보장을 확대해 왔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2021년 고독사한 사람이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서울시의 경우 빈곤계층인 중위소득 50% 이하 약 121만 가구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는 23%인 약 28만 가구에 불과하다.

현행 소득보장제도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자격 기준을 증빙하는 자료를 갖춰 당사자 또는 관계자가 신청해야 한다. 신청 단계에서 제공 신청서와 금융정보 등 제공 동의서(부양의무자 포함)를 작성해야 하고 제적등본, 임대차 계약서, 소득·재산 관련 확인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등록사실증명서 등 서류도 내야 한다. 급여 결정까지는 한두 달 정도 걸린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시민은 대부분 경제적 취약계층이고, 사회적 경험이 적어 다양한 구비서류를 준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적 고립에 처한 사람들에겐 신청 절차의 높은 장벽조차 자신과는 무관한 다른 세상 이야기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른 채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세상을 등지게 된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시행하는 ‘안심소득’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와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난해 7월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사업에 참여할 1100가구를 오는 1월 25일부터 새로 모집한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에 부족분의 50%를 지원하는 등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했다. 선정 절차를 기존보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바꿨고, 재산 기준도 현실적으로 완화했다.

앞으로 안심소득이 본사업으로 확대되면 서울 시민 가운데 88만 가구의 취약계층이 신규로 제도적 보호를 받아 복지 사각지대가 뚜렷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67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1차 시범사업 참여 484가구 가운데 68.6%(332가구)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은 경험이 없는 비수급자였다.

자신의 빈곤과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 수치를 견디지 않아도 취약계층이 기본적인 삶의 필요를 충족하고 사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2026년까지 시범사업을 지속할 안심소득은 공적 지원체계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수급 가구의 고독사를 선제 예방하고, 낡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체하는 복지 패러다임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