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세훈은 왜 '마트 족쇄' 풀기를 망설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물꼬를 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 움직임이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대전시 등이 대구에 이어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검토 중이다. 정부도 소상공인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대형마트 규제 족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대 지자체인 서울시만 요지부동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규제 완화를 검토한 바 없다”는 게 서울시 공식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좌편향’은 2021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핵심 원인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이런 행보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에선 “오 시장이 표 계산 장고에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요일에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다수의 시민과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이해관계가 확실한 집단을 건드려 표를 뭉텅이로 잃을 위기를 자초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권을 넘보는 오 시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오 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지우기’에 혈안이었다는 사실은 아직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확실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게 표 때문 아니겠느냐는 가설에 더욱 힘을 싣는다. 다른 박원순표 정책 지우기엔 그렇게 열심이면서 왜 유독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만 미온적이냐는 얘기다.

오 시장 입장에선 이 모든 시선을 “그저 추측일 따름”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정말 대권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작은 규제 혁파 하나에도 소심한 인물을 대통령감으로 볼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시민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게릴라식 시위에 대한 오 시장의 미온적 대처에 불만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울시는 2014년 시의회를 설득해 서울시장이 각 자치구에 의무휴업일을 같은 날로 정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박 전 시장 집권 당시에는 25개 자치구의 대형마트가 모두 일요일에 문을 닫도록 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역설적으로 이 조례 때문에 오 시장의 결단이 더욱 요구된다. 오 시장만 결단하면 서울시에 10년간 박혀 있던 대형마트 ‘규제 대못’이 한 번에 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