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0.58%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인 3.98%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일부 시중은행에서 연 8%를 넘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말엔 연 9%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 수요자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3.0%인 상황에서 담보물이 있는 안전한 대출의 금리가 최고 연 9%대에 진입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다. 은행들은 대개 코픽스·금융채·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지표금리에 회사의 리스크관리 비용, 마진, 신용도에 따른 금리 조정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정한다. 주담대 금리가 급등한 원인엔 한은 기준금리 인상이 일차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은행들의 대출금리 상승이 과도한 측면도 있다.

여기에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과 자금시장 경색의 영향이 더해졌다. 금융당국이 사태 진화를 위해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자, 은행들은 하는 수 없이 수신금리를 끌어올리며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로 인해 코픽스가 작년 7월 이후 3.03%포인트 상승하며, 같은 기간 한은 기준금리 인상폭 2.50%포인트를 능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장기 상품이지만, 단기자금시장 급변동 영향을 완전히 피해갈 수 없었다.

단기적으로 이런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려를 더한다. 한은은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움직임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내년 초반까지 적어도 0.75%포인트 이상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 상승 속도와 폭은 확실히 지나치다. 국내 주택시장이 거래 빙하기에 이어 2020년 수준으로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실 주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집값 추가 하락은 물론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취약계층의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안전망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금리 결정 때 이런 사정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도 변동형으로 바꿔 타는 안심전환대출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취약계층 지원과 가계부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