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30인 미만 영세기업에 한해 허용해온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중소기업계가 제도 존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어 이 제도마저 폐지되면 영세기업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에선 주 40시간 기본근로에 최대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데, 30인 미만 사업장은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일몰제로 도입된 이 제도는 영세기업의 빠듯한 인력 운용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제도 폐지로 예상되는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란 점이다. 중기인들은 연장근로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일손이 더 부족해질 것을 가장 걱정한다. 작년 상반기 38만 명이던 중기의 인력 부족 규모는 올 상반기 6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심화하는 중기 취업 기피, 코로나로 떠난 외국인 근로자의 미복귀, 배달시장 급팽창 등이 인력 이탈을 부추겼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연장근로를 못하면 영세기업이 일감을 따와도 납기를 못 지켜 거래 단절 위험이 커지고, 수주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해진다. 68%대에 머물러 있는 영세기업 공장 가동률이 더 떨어질 판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서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도래 때 “대책이 없다”고 답한 중소기업이 75.5%에 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9월 국회를 찾아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하루빨리 폐지해 중기 인력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도 일몰 시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도록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은 남는 쌀 의무매입법, 불법 파업 때도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막는 ‘노란봉투법’은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면서 중기인들의 절규엔 귀를 막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 52시간제를 완화하겠다던 정부도 그냥 뒷짐만 지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영세기업의 어려운 경영 사정을 감안한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