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51일간 파업을 거치며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한 ‘조선업 이중구조’ 해소책이 나왔다. 정부가 어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관련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조선업 격차 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은 원·하청 간 자율 해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조선사와 협력업체들이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내년 초까지 체결하면 정부가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지원해 나가는 게 큰 줄기다.

과거 정부가 무모한 재정 투입이나 일방적 규제에 집중하는 바람에 이중구조가 오히려 심화하고 시간만 허비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정책이다. 적정 기성금 지급,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등도 하청 근로자가 62.3%로 전 업종 중 압도적 1위인 조선업의 기형적 행태를 감안할 때 시의적절하다. 심각한 인력난 해소를 위한 과감한 조치도 주목된다. 현행 최대 연 90일인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180일로 전향적으로 확대했다. 생산현장 근로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원해온 것으로, 진즉에 나왔어야 할 대책이다. 외국인 근로자 투입 확대를 위해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를 확산하기로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기대만 키우기에는 곳곳에 무리수와 허점도 보인다. 이중구조를 타파하려면 최상위 원청업체 근로자들의 양보가 필수인데도 고민과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원청 근로자들은 한 해 근로일수가 180일로 하청 근로자(270일)보다 턱없이 짧지만 임금은 2배 가까이 된다. 정부는 이런 구조에 과감하게 메스를 대겠다는 말을 빠뜨린 채 이익공유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아직 구체적 도입 방법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익공유는 준조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기업의 정부 의존과 근로자의 떼쓰기를 부르는 반시장적 조치이기도 하다.

‘조선 3사’ 영업적자는 지난해 4조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도 1조원을 넘어섰다. 중장기 생존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갈등적 노사문화가 팽배한 한국에서 이익공유제가 자칫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원청 조선사를 ‘팔 비틀기’ 방식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