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비스 혁신 빠진 '택시 기본료 1만원' 논의
시장 외면한 반쪽 해법 우려
이정호 사회부 기자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나타난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요금 인상이 택시 공급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정부와 서울시 구상은 요금 인상이란 유인책으로 시장에서 이탈한 택시 기사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맞춰져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 법인 택시기사 10만2000명 중 30%에 가까운 2만9000명이 코로나19 이후 배달과 택배 시장으로 이직했다. 요금을 높이면 택시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떠나간 기사들이 돌아올 것이란 기대다.
안타깝게도 택시업계는 시큰둥하다. 고작 월 200만원 중반대 수입을 기대하고 택시 기사로 복귀하는 인원이 얼마나 되겠냐는 반응이다. 고령화 추세로 60대 이상이 80%에 가까운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적극적인 심야 운행을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번 요금 인상 대책의 가장 큰 맹점은 이렇듯 불명확한 효과의 공급 확대책을 펴면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요금 인상에 당연히 뒤따라야 할 서비스 개선 논의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더 비싼 돈을 내고서도 여전히 과속·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저질 서비스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택시시장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은 항상 3년 전 ‘타다 사태’와 겹친다. 선거에 매몰된 국회의 정치 논리와 특정 이익집단의 이기주의가 맞물려 좌초된 ‘타다 베이직’의 종말이 서비스 혁신 없는 요금 인상의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타다 불법 영업 관련 항소심에서 또다시 무죄를 확인받은 이재웅 타다 대주주는 SNS에 “기득권을 편들어 혁신을 주저앉히는 데만 유능함을 보이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반성할까”라고 썼다. 불과 3년 뒤면 서울 도심에 드론택시(UAM) 서비스가 등장한다. 무능한 국회가 이번엔 어떤 논리와 핑계로 모빌리티 혁신을 가로막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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