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의 이재명 대표 기소에 대해 공안 시대와 국민 저항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는 다 채우겠냐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잇단 고발과 ‘김건희 특검’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암시한 것이다. 추석 민심을 전하는 형식이지만,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대통령의 ‘임기’ 운운은 금도를 넘어선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7월에도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민석 의원이 탄핵론에 불을 붙인 바 있다. 그땐 일회성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친이재명계 핵심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이 이슈를 다시 꺼낸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더욱이 민주당이 이 대표 수사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방탄’에 나서는 마당이다. 수사가 이어지면 대통령 탄핵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성남시장 또는 대선 후보 시절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도 당 전체가 대표 방탄에 나서는 것이 공당(公黨)으로서 바람직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사실이라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백현동 용도 변경을 위한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에 대해 감사원은 강제성이 없었다고 했고, 국토부 공문에도 ‘지자체가 결정’이 들어 있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몰랐다는 발언과 관련해선 해외여행 이외에 수차례 대면 보고를 받고 표창장도 수여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서면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검찰에 보낸 답변서는 5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니 어이가 없다.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경찰은 어제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 결과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다. 두산건설이 성남FC에 광고비를 후원하는 대가로 그룹 소유 병원 부지를 용도 변경해준 혐의와 관련, 당시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이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은 예상대로 ‘이재명 죽이기’라며 소환에 불응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 태도로 봐선 앞으로 건건이 ‘정치 보복’ 프레임을 걸 게 뻔하다. 검찰과 경찰은 성역 없이 의혹 규명에 나서야 하고, 이 대표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떳떳하다면 겹겹의 방탄을 벗고 수사를 받는 게 공당 대표로서 올바른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