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대표 당선 뒤부터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게 민생이다. 당선 수락 연설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한 데 이어 그제 취임 일성으로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고 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민생 입법 추진에 공감하고 “협력할 것은 찾고, 서로 다른 입장은 조율하자”고 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으로 민생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당연하고도 옳은 발언이나, 실행이 관건이다.

지금 국회에는 한시가 급하지만 민주당이 가로막고 있는 민생 법안이 적지 않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한시적으로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법 개정안부터 그렇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급증한 세 부담을 바로잡기 위한 올해 한시적 조치인데도 민주당은 “소수를 위한 부자 감세”라는 해묵은 주장을 반복하며 반대하고 있다. 야당의 발목에 정부는 부과 기준을 11억원에서 1억원 올리는 절충안을 냈으나 민주당은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을 요구,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례 적용을 위해 이달 법안을 처리했어야 하는데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고령자·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납부 유예와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간주해 세 부담을 낮춰주는 조세특례제한법안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실수요자에게 꼭 필요하다”며 보유세 완화와 투기 목적이 없는 일시적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 배제 등을 약속한 만큼 이들 법안 처리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

근로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소득세제 개편안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다. 저소득층 감면율이 더 높은데도 민주당은 이 역시 부자 감세 프레임을 걸어 반대하고 있다. 기업 투자 여력을 높여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을 유도할 법인세율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인데도 민주당은 같은 이유로 막아서고 있다. 이런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민생 우선’을 외친다면 헛구호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