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움직여 실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 유니폼에는 태극마크가 빛난다. 대표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게양하는 태극기를 바라볼 때 많은 분이 감동했을 것이다. 지난날 월드컵 거리 응원에서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고 흔들던 수많은 태극기 물결도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그 태극기에는 수많은 선열의 피와 땀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3·1 운동에서 온 백성이 손에 손에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짖던 태극기다. 대한민국 산악 영웅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펼친 것이 태극기이고, 동해 바다 독도를 지키며 외롭게 펄럭이는 것도 태극기다.

그런데 요즈음 그 태극기가 많이 소외되고 있다. 국경일과 현충일에 아파트 단지를 둘러봐도 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드물다. 학교에는 국경일 등에 국기 게양을 독려하라는 공문이 간간이 내려온다. 시기별로 강조하지만 그때뿐이다. 모두가 그저 노는 날, 공휴일로만 여기는 듯하다.

물론 태극기를 숭배하는 획일적인 강요는 옳지 않다. 태극기 게양과 하기식을 이용해 국가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과거의 잘못도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태극기가 왕따(?) 당하거나 태극기 게양이 부끄러운 일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학생들만이라도 태극기 게양을 실천해 봅시다. 태극기가 없는 집도 있을 터이니 우선 전교생에게 태극기를 나눠줍시다!” 이렇게 우리 학교가 먼저 나섰다. 나눠줄 태극기를 전량 구입하려다가 근처 주민센터(동사무소)에 연락했더니, 마침 보관분이 있다며 한 트럭을 싣고 왔다. 고맙게 기증받은 태극기를 전교생에게 배부한 것이 벌써 4년 전이다. 이후 신입생에게는 매년 태극기를 구입해서 입학식 때마다 나눠주고 태극기 게양에 동참하게 한다.

“여러분은 기술의 국가대표다.” 이런 자부심으로 태극기를 간직하고 또 국경일 등에 태극기를 달자고 당부했다. 특히, 1년에 한 번 8·15 광복절에는 전교생이 집에서 태극기를 게양하는 캠페인을 한다. 각 가정의 사정을 고려해 참여율 50% 이상이면 해당 학급에 작은 간식비를 시상한다. 아울러 자율적으로 인증샷을 제출한 학생들 사진 중에서 우수작을 뽑아 전시하고 있다.

움직여 실천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고 실천을 강조한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지금 계신다면 “이봐, 태극기 한 번 달아는 봤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하고도 일장기를 단 채 시상대에서 고개 숙인 손기정 선수가 그렇게 달고 싶어 했던 태극기다. 며칠 후면 8·15 광복절이다. 일제 강점기를 이겨낸 날을 기억하면서 독립투사에게 감사하는 작은 일은 태극기 하나라도 다는 것이다. 움직여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