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본래 직선적으로 말하는 편이고, 목소리도 꽤 크다. 게다가 직장 생활을 미국 뉴욕 금융계에서 시작한 영향도 있는데, 예를 들면 귀 따갑게 훈련받은 것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늘 결론-본론-결론”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보고를 받을 때 서론이 길면 결론에 대한 채근이 직설적으로 튀어나오는데, 그러고 나면 아무리 칭찬을 해도 상대방은 이미 야단을 맞았다고 생각한 다음이니 ‘병 주고 약 주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여성 리더로서 말하는 방식과 사회적 인식, 소통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지금 내가 일하는 CJ제일제당은 여성 임원 비율이 25%에 이르지만, 그럼에도 나와 같이 일하는 구성원에게는 내가 첫 번째 여자 상사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편견이든 아니든 그들 나름대로는 여성 상사에 대한 기대가 있고, 그런 편견이나 오해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동료로서 바라보고 서로에게 잘 맞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중 상사가 구성원에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는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은 아무리 받아도 모자라다는데, 매년 진행하는 조직문화 진단 결과를 보면 ‘상사에게 바라는 점’ 항목에 부끄럽게도 “칭찬을 좀 더 해달라”는 대답이 항상 나온다. 해외에서 일하며 생긴 내 버릇 중 하나는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이건 잘했는데 저건 개선하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꼭 붙인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나는 어떤 행사가 끝난 뒤 수고했다는 말에 이어 “이러저러한 점들만 신경 쓰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내 나름대로는 잊어버리기 전에 공유하자는 의미였지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고생했다는 얘기만 하고 개선점은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말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소통은 결국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이다. 내가 칭찬이라고 말했으니 상대방도 칭찬으로 들어달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칭찬으로 들을 때까지 노력해야 진정한 소통일 것이다. 우리는 늘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사소한 것들을 놓치곤 하는데, 서로를 기분 좋게 하는 칭찬이 소통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